2023-11 목회칼럼 | 기도하고 맡길 수밖에 없는 삶 |
제가 지난 한두 주간 마음이 답답하고 생활이 무거웠습니다. 둘째 은강이가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첫날 학교에 갔다 오더니 자퇴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제 마음이 먹먹하고 깜깜해졌습니다. 버티기만 해도 고졸인데...
학교생활을 좀 들어보니까 이사와서 아는 친구도 없고, 자리는 맨 앞자리고, 처음 이야기한 바로 옆 친구는 토요일도 밤 12시까지 학원다니며 의대를 준비하는 리스펙이었답니다. 그런데 은강이는 선생님이 문제를 내면 책상에 엎드려 있답니다. 선생님이 물어보면 모른다고 대답을 하고, 친구들이 물어보면 자기는 공부는 포기했다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멀쩡하게 생긴 아이가 고등학교 3년을 책상에 엎드려서 지내는 모습을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앞에 나와서 문제 풀라고 하면 여학생들과 다른 친구들 앞에서 모른다고 해야 하는 그 창피하고 난감한 상황을 맞아야 하는데... 그걸 3년 동안 버티라고 할 수도 없고... 학교 다니는데 학원은 왜 다녀야 하느냐고 사회체계에 대한 비판은 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하고, 노력도 안 하고, 몰래 끙끙거리고만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안 해 본 일을 했습니다. 신내동에 있는 학원 몇 군데 원장님 찾아서 상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은강이에게 3년 동안 영어 하나만이라도 붙잡고 있어 보자고 설득을 했습니다.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학원에 가서 붙잡기만 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며칠동안 우울모드에 빠졌습니다. 저도 낙담이 되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목자모임에서 기도하고, 지역모임 목사님들 모일 때 기도하고, 혼자 교회에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할렐루야! 학원에 가겠답니다. 그사이 엄마하고 말을 많이 하는 동안 일하셨나 봅니다. 무엇을 하겠다고 한 말만 들었는데 저를 짓누르는 마음이 풀렸습니다. 이렇게 안 되었어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도하고 맡길 수밖에 없는 은혜에 감사했습니다.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도 큰 힘이요 능력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